신화와 전설은 때로 가학적이고 비극적인 세계, 야만적이고 비정한 인간을 담아냅니다. 신화 속 인간은 믿을 수 없이 어리석고 나약하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기적이고 비정하기도 합니다. 세상 역시 알 수 없는 비극으로 가득합니다. 원인을 알 수 없는 병마에 건강하던 아이들이 죽어나가고, 이해할 수 없는 재해가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가기도 합니다. 인간은 오랫동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.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가 모여 전설이 이어지고 신화가 남았습니다.
<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>는 인간과 세상의 비극을 이해하기 위한 신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책입니다. 그림 형제의 동화 “피리 부는 사나이”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. 이야기는 쥐떼라는 원인 불명의 재난 상황으로부터 시작합니다.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재난 앞에서 사람들은 속수무책입니다. 그때 불현 듯 나타난 피리부는 사나이는 이 재난의 해결을 약속합니다. 원인불명의 재난을 해결하는 정체 불명의 사나이. 모든 것이 너무도 우연적인 상황에서 마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.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은 오로지 단 하나, 피리부는 사나이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너무도 힘든 일이라는 사실입니다. 약속을 지키지 않는 마을 사람들에게 피리부는 사나이가 내린 응징은 너무도 가혹하며 잔인합니다. 우리의 힘으로는 결코 피할 수 없는 비극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? 어쩌면 그 비극 앞의 상상력이 피리부는 사나이를 탄생시킨 것은 아닐까요? < 피리부는 사나이 >를 통해 “비극 앞에 선 인간의 신화적 상상력”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.